스킵네비게이션

클로드 레베크의 설치미술은 조명과 사운드와 같은 무대연출의 장치들을 적극 활용한다. 백열등이나 할로겐 램프는 물론 네온, 적외선 램프, 섬광 램프, 회전경보등 또는 프로젝터와 같이 그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조명은 음향효과와 더불어 매우 독특한 분위기의 무대 세트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전시장 안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단순히 이런 인상적인 광경의 관찰자가 아니라 이에 반응하는 배우가 된다.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인 <찬가>는 2006년 독일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미술관에서 처음 실현되었던 작품이다. 전시장의 내부 벽면은 검정 플렉시글래스로 마감되었고 관람객들의 머리 위에는 반사 표면의 금속칼날들이 줄에 매달려 있다. 뾰족한 날의 끝부분이 아래로 향하고 있고 서서히 회전하고 있는지라 이 금속판들은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반면 벽면 꼭대기에서 빛을 발하는 프로젝터는 이 흔들리는 금속판 표면위에 반사되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혹하면서 동시에 거부하는 이런 광경은 클로드 레베크의 설치작품에 일관적으로 작동하는 수사학이다. 중앙에 뚫어 놓은 한 쌍의 눈같이 보이는 구멍들로 인해 이 금속판들은 KKK단의 복면을 연상시킨다. 이런 역사적 현실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또 다른 요인은 이 작품이 설치되었던 미술관의 장소적 역사성이다. 함브르거 반호프는 나치의 제3제국의 수도였고 당시 가장 많은 유태인들이 거주했던 도시, 베를린에 위치한 함부르거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었다. 클로드 레베크는 이와 같이 정치적 층위와 시적 층위를 중첩시킴으로써 작가 개인의 사적 언어가 공적인 상징의 차원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