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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부산국제아트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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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8 실낙원#1_쾌락의 정원

조회 16,988

관리자 2009-08-27 16:53

작가리경
리경의 <실낙원 Paradise Lost>은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정원>과 닮아 있다. 리경은 보쉬 원작의 복제품을 다시 각색해 \'복제의 복제\'라는 논리를 펼쳐 보인다. 여기에는 \'저자의 죽음\'에서처럼 원작의 유일성에 대한 의혹은 물론 이미지의 범람을 통해 야기되는 \'보는 것\'에 대한 작가의 특별한 시선과 질문이 녹아 있다. 에덴 동산, 인간 세상, 그리고 지옥을 상징화하는 보쉬의 <쾌락의 정원>은 우리 주변에서 왕왕(往往) 목도(目睹)할 수 있는 현실 속 풍경으로 변화해 <실낙원>에 현존한다. 눈을 자극하는 상상과 현실의 무수한 편린들이 8겹의 레이어로 이루어진 렌티큘러를 통해 충돌에 충돌을 거듭하며 사고의 확장을 이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이미지를 뿜어내는 층층의 레이어는 표피적인 시선으로는 현실, 나아가 그것의 진실을 직시할 수 없다는 작가 특유의 시선을 상징화한다. 결국 쾌락의 정원으로부터 전락된 실낙원은 이상향이 사라진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는 리경의 직설적인 시각이 결국은 우리에게 익숙한 닳고 닳은 명화의 복제물로 재탄생되었다. 무분별한 소비적 양태의 외관을 입은 차용의 미학이 리경의 <실낙원>에서 방향성을 찾는 듯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반전 뒤로 \'보여지는 대로 믿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 일인가\'를 줄곧 피력해온 그의 예술태도를 살필 수 있다. 옳고 그르냐의 이분법적 판단을 떠나 사유의 도화선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리경의 작품은 흥미롭다. 매체 특유의 성격이 작가의 철학적 사유체계와 직접적으로 연결 된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의 존재가치를 상승시키는 관계의 미학이 리경의 실낙원에 현존한다. 실낙원이 비단 영롱한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닌 듯하다.

- 이선화, 「<실낙원>\'복제의 복제\'로 바라본 무한의 시선」『아트인컬처』(200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