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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 내일이면 나는 떠나요

조회 20,809

관리자 2018-08-20 20:08

작가린 + 람

<내일이면 나는 떠나요>, 혼합재료, 사진, 엽서, 발견된 사물, 아티스트북, 유리진열장, HD비디오, 스피커, 가변크기, 2018, 작가 제공

린 + 람
내일이면 나는 떠나요

이번 비엔날레에는 사진, 비디오 작품과 함께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발견된 오브제와 아티스트 북 등으로 구성된 〈내일이면 나는 떠나요〉(2010)가 전시된다. 이 작품은 제작 당시 관광지로 변모해 자본 시장에 이용되기 시작한 홍콩 및 말레이시아의 베트남 난민촌에 초점을 맞춘다. 베트남 전쟁 후 국가는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피해를 입었고 기근과 가난으로 고통받던 수 백, 수 천여 명의 사람들은 베트남을 떠났다. 1980년대 후반에 홍콩은 이러한 베트남 난민 약 10만 명을 수용했고, 말레이시아도 무인도에 난민 캠프를 조성해 25만 명이 넘는 피난민을 받아들였다. 이 난민 캠프는 각각 2000년, 1991년에 폐쇄되었고, 그 이후 이 폐허를 ‘관람’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소위 ‘다크 투어리즘’이라 불리는 이러한 여행 상품은 자연 재해나 인재 등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현장으로 관광객을 초대한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각성한다는 의의를 지니는 반면, 아픈 과거를 관광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작가 듀오는 이 작업을 통해 역사적 장소에 서린 트라우마가 관광을 통해 여가 선용, 유산 보호, 생계 유지 등의 문제들이 복잡하게 뒤얽힌 논의로 변형되는 과정을 사유한다. 작품 제목은 베트남어로 ‘응아이 마이 엠 디(Ngay Mai Em Đi)’라고 번역되는데, 이는 베트남 유명 가요의 가사 중 일부로서, 난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환송될 때 들리던 노래이기도 하다. 이 음률과 가사에는 전쟁의 트라우마와 자유를 갈망하는 감정이 뒤섞여 애도와 희망을 노래한다. 두 작가는 이 역사적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여 노래의 가사를 담은 짧은 엽서를 써 이 작품이 전시 중인 공간으로 보냈으며, 이번 비엔날레에는 이 엽서 중 일부가 전시된다. 난민들의 애잔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엽서와 그들의 흔적으로 남은 물건들은 역설적이게도 고요하고 한적한 캠프 주변의 이미지를 담은 책과 병치되어 이곳에 머물고 지나간 이들의 기다림과 절박함을 넌지시 드러낸다. 이처럼 양가적인 감정들을 다시 그러모은 이 작품은 과거의 조각 혹은 역사의 상흔이 관광화된 상품으로 치환될 때 나타나는 폭력과 결핍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