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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찬미

조회 2,282

관리자 2020-09-03 21:56

1991 한국 부산 출생

현재 부산 거주

허찬미〈매일산책연습_옥상하늘〉, 2020, 장지에 구아슈나뭇가지가변크기

HEO Chanmi, Daily Walking Reherarsals_rooftop-sky, 2020, Gouache on paper, twigs, variable dimensions

허찬미의 작업에는 주로 사회적으로 승인받지 못하거나 한편에 밀려난 것, 망각되고 사라져가는 것을 위한 자리가 존재한다. 이는 작가 개인의 내밀한 과거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마주한 존재들을 마치 일기를 기록하듯 담담하게 캔버스 화면 위에 정착시킨다. 하지만 이는 사건 중심의 일기라기보다는 아주 개인적이어서 포착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 행위의 연속과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으로 자신의 삶의 반경에 존재하는 익숙한 물질에 대해 내밀하게 반응하고 작업을 위해 그것을 도구화하기도 한다. 이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그 도구로 표현하는 이미지의 문제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를테면 처음 받아든 종이를 피는 행위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을 거닐며 마주한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을 화면에 수놓는 식이다.

작가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잠시나마 붙잡아두기 위해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3104》(2019, 스페이스클립, 부산)에서 그는 망미동 부산지방병무청 자리에 위치했던 ‘삼일공사’를 소환한다. ‘삼일공사’란 국군보안사령부 부산지구였던 해당 기관을 외부로부터 은폐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이름으로, 국가 보안 차원에서 시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은폐의 역사를 배경으로 그 공간이 위치했던 풍경을 마주하고, 자신의 신체를 덮었던 이불을 붓으로 삼아 그곳에 얽힌 기억을 환기하고 소멸에 저항한다. 그렇게 작가는 공동의 기억을 호출하고, 기억 저편을 더듬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자리 잡지 못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