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1945년 해방 직후 미군정은 일본(인)이 한국에서 소유하고 있던 재산을 ‘귀속재산’으로 접수 관리했다. 이로부터 3년 뒤 귀속재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한국 정부로 이관되어 국유재산이 된다. 귀속재산은 도로·항만 등의 인프라 시설, 군 관공서 등의 공공시설, 공장·은행·상가 등의 산업상업 시설, 사택·일반 주택 등, 거주 시설과 같은 유형 재산부터 주식·채권 등의 무형 재산까지 포함한다. 이 귀속재산 중 주택, 점포, 공장, 창고 등의 식민지 유산으로서의 건물을 ‘적산가옥’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러한 가옥은 일본의 목조 기와 지붕의 외관이나 다다미의 생활 방식을 지니기 때문에 ‘일식 가옥’, ‘일식 주택’이라고도 속칭하기도 한다. ‘적산(敵産)’이라는 용어는 적국(인) 재산의 약자로, 「적산관리법」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세계 대전 때 생긴 「적산관리법」은 전쟁 시에 교전국이 자국 영역 내에 있는 적국인의 재산을 그 관리하에 둘 수 있다는 법률이다. 이 때문에 해방 후 재산 관리를 한 미군정은 ‘적(국재)산’ 대신 ‘귀속재산’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적산 가옥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이 당시 통치했던 중국, 대만, 사할린에도 널리 존재한다. 나는 1980년대부터 오랫동안 동아시아 각국의 일식 주택을 대상으로 주거 문화 비교 연구를 계속해 왔다. 부산에서도 왜관 거류지가 있던 용두산 구시가지의 고상가나 유곽, 신시가지의 온천동과 대신동의 문화 주택, 영도의 연립 주택, 일본에서 목재와 목수를 배로 실어 와 지은 동래 온천의 호사스러운 별장, 해운대의 모던한 여관 등 매력 있는 많은 가옥을 답사하였다. 현재는 이들 대부분이 소멸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몇 동이 등록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