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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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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3-12-11 16:15

2023, 수집된 유리병, 모래, 조명, 가변설치.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작품 설명

출품작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는 소설가 오영수의 저작 〈갯마을〉에서 유래된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갯마을〉은 소설을 바탕으로 1965년 일광에서 촬영되었다.

 

이야기에서 ‘해순’이라는 젊은 여인은 결혼한 지 열흘 만에 어부였던 남편을 폭풍우로 잃는다. 하지만 마을에는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배를 타고 나섰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어부가 많았기에 흔히 과부가 여럿 살았다. 남편이 죽고 난 후 상수라는 젊은 청년이 해순의 연인이 되었지만, 시어머니와 아주버니가 이 둘을 목격하였고 마을에 소문이 퍼져 가족이 망신당하기 전에 마을을 떠나라 등을 떠민다. 해순은 상수와 갯마을을 떠나 채석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연인마저 사고로 잃게 된다. 결국 갯마을로 돌아온 해순을 마을 과부들이 반겨준다. 소설은 당시 여인들의 수동적인 모습을 반영하며 운명론적 관점으로 이들의 비극적 삶을 그려낸다.

 

이 오랜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향, 현실인 일광에서의 기억을 포착하기 위해 일광에서 살고 있는 일광 여인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작가는 해안과 바다가 남성 위주의 공간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고착화되어 온 성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역사를 관통하여 바다의 역사와 이에 의지한 생계에 중요하고 고유한 역할을 여성이 해왔음을 함께 이야기한다.

 

광활한 바다를 떠다니는 병 속의 메시지처럼 설치작품의 유리병에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병들은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방을 상징하는, 각자의 몸이 감각하고 표류하는 해변에 닿는다. 병 속의 편지가 끝내 해변에 도착하는 것처럼, 모래로 덮인 이곳은 해순이 살았던, 작가가 사는, 또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갈 공간을 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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