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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Biennale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 작가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의 비엔날레인 부산청년비엔날레와 1987년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자연환경미술제인 부산국제바다미술제, 그리고 1991년의 부산국제야외조각심포지엄이 1998년에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출범한 이후, 격년제 국제현대미술전시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는 정치적인 논리 혹은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부산 지역미술인들의 순수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타 비엔날레와는 다른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술인들이 보여 주었던 부산문화에 대한 지역적 고민과 실험성 등은 오늘날까지도 부산비엔날레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현대미술전, 조각심포지엄, 바다미술제의 3가지 행사가 합쳐진 경우는 부산비엔날레가 전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또한 행사를 통해 형성된 국제적 네트워크는 국내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확장시킴과 동시에 글로벌한 문화적 소통으로서 지역문화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태동으로부터 39년째에 접어든 부산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대중화, 즉 일상 속의 예술 실현을 목표로 하여 실험적인 현대미술 교류의 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제

2014부산비엔날레

세상 속에 거주하기 Inhabiting the World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

예술은 세계에 거주하기 위한 윤리적이고 미적인 효율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변화 속에 직면해 있으며, 경제적, 생태적, 지정학적, 실존적 문제들이 영속하는 상황 속에 처해있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 상이한 분과 학문의 많은 이론가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과 가설들을 제시해 왔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학자, 기술 전문가, 기획 전문가, 경제학자들이고, 드물게 예술가들도 포함된다. 그런데 사실 싱크 탱크나 미디어는 예술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던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직접적인 답변을 제시하지도, 문제에 대한 처방책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이들은 좀 더 심오하고 쉽사리 정의하기 힘든 개념들을 작동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답변들은 곧바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비춰 볼 때 좀 더 효과적이고 좀 더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답변들은 철학적 고독 속의 개인들이, 보존되어야 하는 풍요로움 속 혹은 다양한 인간 공동체를 거친 사회적 상황 속에 놓여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 대답들은 시적이거나 추상적이고 작동하는 사유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고, 신경 생물학이나 천문학 등의 과학과도 대화를 시도한다.

‘세계에 거주하기’란 능동적인 태도이자 생명력의 표시, 즉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세계에 대해 반응하려는 의지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에너지와 유동성이 부산이라는 도시를 특징짓고 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일반적인 세계를 또는 세계화된 지구를 떠올리지만, 또한 더욱 더 구체적인 장면들, 예컨대 변치 않는 바다와 전지구화 속에서 무한히 팽창하고 있는 21세기 도시가 함께 존재하는 부산이란 도시와 지역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도시에는 가장 현대적인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들이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여러 곳에서 반복 재생산된다. 지중해 연안 마그 재단 미술관에 아주 가까운 마르세이유나 니스와 같은 도시들에서도 상황이 유사하다.

오늘날의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다음 단계’가 될 발전을 추구하는 예술 창작은 더 이상 주류 미학 노선에 있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제안들에 의해 대단히 활력 있고 생동하는 것이 된다. 이제 예술은 더 이상 수사학적이고 ‘논쟁적인 담론’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는 상황들과 시대에 대해서도 응답하는 ‘하나의 내기’라는 것을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모든 예술작품의 목표는 세계에 고유한 사유와 형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고유한 사유와 형식은 “전쟁, 사회적이고 학문적인 동요를 거치며”(Aimé Maeght), 생각하건대 가능한 가장 순수하며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메시지를 남기게 될 우리 문명에 대한 증거로서 시간 속에 그리고 정신 속에 남을 것이다.

‘이제 문제는 여기 부산비엔날레에 이 목표를 가지고 현대성과 함께 다가올 미래 세대를 지각할 수 있게 해줄 증거가 되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조화와 응집력을 가지기 힘든 우리들의 물질주의 시대 안에 정신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과 예술가들 덕분에 정신은 여전히 우리 가운데 현존하고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시각 예술은 건축, 인간 혹은 동물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 생태학, 오브제, 산업, 과학, 우주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 등을 대면하게 된다.

물론 이번 전시에서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금 이야기했던 관심사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작가와 작품들, 이미 잘 알려진 중요한 작품들과 작업 과정들에 관해 ‘클로즈업’ 할 것이다. 예술의 문제는 단순히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력의 적합성에 관한 문제라 하겠다.

이제 관건이 될 것은 실질적인 상황에 대한 예술가들의 대답이 온갖 형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 즉 가장 추상적인 회화에서부터 가장 몽환적인 비디오와 가장 놀랄만한 디지털 작업을 거쳐 가장 사실주의적인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예술이 가진 온갖 풍요로움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세계는 수와, 포개짐, 그리고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의 미끄러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오늘날 예술은 우리가 탐험해 보아야 할 대단히 기이한 성좌를 형성하는 우주의 이러한 다양성과 덧붙여짐으로 이루어진다.